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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학/시 빛바랜다는 말

2026. 8. 15. 22:40

암실에서 처음 너를 보았다
아무것도 아니던 종이 위로
얼굴 하나 떠오르던 밤,
숨을 오래 참았다

할머니 영정 속 눈매가
해마다 조금씩 옅어진다
늙는다고 하기엔 너무 조용하고
지워진다고 하기엔 아직 거기 있어서

나는 그 사이 어디쯤을
빛바랜다, 라고 불러왔다

부르는 순간에도
이미 조금은 늦은 이름

무엇이 왔다 갔는지
누구도 증언해준 적 없이
우리는 그 빛에 씻겨
서로의 얼굴이 되어간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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